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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십시오 본문
용서하십시오
글 :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 솔숲사이로 보이는 진달래꽃이 아름다운 봄 3월은 내가 오래 전 수도생활을 시작한 달이어서 더욱 정겹다. 3월에 입회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나는 아직도 가슴이 뛴다. 처음에 입회해서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한 어린 예비수녀였던 내게 가장 신선하게 와 닿은 것은 당연한 듯 보이는 일에도 서로 아낌 없이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 아주 사소한 실수에 대해서도 서로 미루지 않고 용서를 청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요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공동체에 불편을 끼친 자신의 허물과 실수에 대해서 서로 사과하고 용서를 청하는 시간을 가진다.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 앞에서 소리내 고백하는 것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늘 부끄러운 노릇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자기의 못난 점이나 잘못을 솔직하고 겸손하게 고백하는 모습은 자기의 잘난 점이나 성공담을 자랑하는 이의 모습보다 훨씬 아름답고 존경스럽게 보인다. '용서하십시오'라는 말은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과는 좀더 다른 여운과 향기를 풍긴다. '용서하십시오'라는 말에는 자신을 낮추는 부끄러움과 늬우침이 들어 있다. 뽐내지 않는 겸허함과 기도가 들어 있다. 그러나 이 말을 하는 데는 믿음과 용기가 필요하다. 남들이 표현하는 것은 좋아 보이는데 막상 내가 하려고 할 때면 왜 그리 쑥스럽고 부끄러운지. 그렇게 밥 먹듯이 쉽게 했던 이 말을 나는 요즘 그리 자주하지 않는다. 초심자 시절에 가졌던 예민함과 순진함을 잃어버리고 연륜과 더불어 적당히 무디어지고 뻔뻔해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절에 나는 작은 잘못에도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고 다른 이의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는 은혜를 구한다. 3월의 꽃샘바람처럼 깨어 있는 자세로 '용서하십시오'라는 말도 더 자주 연습해야겠다. 우리 모두 '피차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콜로 3:14)라는 성구를 날마다 새겨 읽고 실천하며 용서의 꽃밭을 가꾸어가는 새 삶의 주인공이 되면 좋겠다. -「 기쁨이 열리는 창」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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