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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 공간/ㆀ● 성인유머

유턴

귀인 청솔 2012. 5. 23. 10:32

유턴

 



30년째 솔로인 후배가 하나 있습니다. 덕분에 커플 한번 못해본...
늘 신세 한탄만 하고, 정작 여자를 만날 기회가 생기면 겁부터 내는 녀석이죠.

그런데 어느 날 차를 하나 사야겠다고 추천 좀 해달라고 하더군요.
오! 드디어 뭔가 생긴 모양이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야~! 좋은 사람 생긴거야? 이야,,, 얼마나 좋길래 차부터 사냐~~?”

했더니 녀석은 낮고 가늘게 말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구... 그냥 차라도 살라구요.. 돈 모으면 뭐해요.
  그냥 저도 어디 정 붙일 곳 좀 찾아볼라구.. 남자한텐 차가 애인 아니겠어요??”

그렇습니다. 불쌍한 녀석은 차를 애인 삼겠다고 한 것이죠.
왠지 코끝이 찡해지더군요. 그냥 술이나 한잔 사주려고 하는데 너무 진지한거에요.

그리고 곧 중형차를 한대 사더군요. 그리고 두달 쯤 지났을까?
점심 시간에 맞춰 식사나 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늦었지만 시승 시켜준다고 하면서.

신차라 그런지 아주 좋더군요. 새 차 냄새하며, 녀석과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우리는 차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수석에 앉아서 가는데,
자꾸 밖에서 매연이 들어오더군요. 좀만 더 가면 되니까 그냥 참고 있는데,
바로 옆에 화물차가 있어서 그런지 좀 심하더군요.
가만 보니 차가 외기모드로 설정 되어 있더라구요.

뭐.. 다들 아시다시피 공조 장치 쪽을 보면 자동차 내부로 외부공기를 유입시킬지,
아니면 외부공기는 차단하고 내부순환을 시킬지 결정하는 버튼이 있잖아요.
스위치를 보면, 차 그림 위쪽으로 화살표가 직선으로 지나가는 그림이랑,
차 그림 옆에 화살표가 옆으로 누운 U자 형태로 되어 있는 스위치 말이죠.

그런데 이 녀석은 외부공기가 들어오는 외기모드를 눌러 놓고 있는거에요.
도저히 매연을 참기가 그래서 그냥 내부순환 스위치를 누르려다가, 그래도 새 차이고
녀석에겐 애인같은 차인데, 다른 사람이 터치하는 걸 싫어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내부순환 버튼을 가리키면서 물어봤습니다.

“야.. 너 이 버튼은 안 쓰냐?”

“아뇨~~ 쓰는데요?”

엥?? 쓴다고???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엥?? 언제 쓰는데?”“




“유턴할 때요.”

ㅋㅋㅋㅋㅋㅋ

“유턴할 때 이거 누르면 좀 잘되냐?”

“네~ 좀 부드럽게 도는 거 같던데요?”

“아.. 그래서 지금은 직진한다고 이거 눌러놨구나~”

외기 유입 모드 스위치를 가리키면서 말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네~ 형님! 직진하는데 유턴 스위치 눌러놓으면 차 망가질까봐요.”

저는 그냥 매연을 참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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