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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인생 지침서

귀인 청솔 2013. 10. 19. 14:09

채근담(菜根譚) 인생 지침서

 

어느 누가 나무 잎사귀와 채소 뿌리를 씹으며

표주박의 물 한 모금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는가.

어찌 달콤한 술과 기름진 고기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채근담(菜根譚)’은 세상을 살아가는

선비의 몸가짐으로 채소의 뿌리라도 달게

먹을 수 있는 참을성과 기개를 강조한다.

 

 

올바른 삶을 유지하려면 세상의 어려운 일을

참고 견디며 그 쓴 맛을 기꺼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이다.

흙침대와 돌베개로 지내면서도 높은 꿈을 잃지 않는

여유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검소한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은 더 나아가 “천지를

흔들 만큼 공을 이루고자 한다면 마땅히 살얼음

위를 밟고 지나가듯 하라”고 가르친다.

 

 

품행에 조심성이 없거나 소홀하고 조급하게

움직인다면 낭패만 거듭될 뿐이라는 얘기다.

스스로의 마음가짐 뿐만 아니라 세상을 경륜하는

처세술까지 보여주고 있다. 벼슬자리에 나가서는

두 가지를 지키라고도 타이른다.

 

오로지 공정하면 현명함을 얻고, 청렴하면 위엄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도 벼슬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고 있다. 선비들이 권력이나 탐하고

총애를 받으려 눈치만 살핀다면 감투를 쓴 거렁뱅이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나라를 근심하고 백성을 위한다고 하면서 말만

앞세우는 세태를 나무라는 것이다.

채근담은 중국 명나라 말기의 선비인 홍응명(洪應明,

또는 홍자성)이 기록한 인생 지침서다.

 

2권으로. 전집(前集) 222조는 주로 벼슬한 다음,

사람들과 사귀고 직무를 처리하며 임기응변하는

사관보신(仕官保身)의 길을 말하며, 후집(後集)

134조는 주로 은퇴 후에 산림에 한거(閑居)하는

즐거움을 말하였다. 합계 356조는 모두 단문이지만,

대구(對句)를 많이 쓴 간결한 미문이다.

 

 

사상적으로는 유교가 중심이며 불교와 도교도 가미되었다.

이 책은 요컨대 동양적 인간학을 말한 것이며,

제목인 '채근'은 송(宋)나라 왕신민(汪信民)의《소학(小學)》

인상능교채근즉백사가성(人常能咬菜根卽百事可成)에서

따온 것이다. 이 저자가 청렴한 생활을 하면서 인격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인생의 온갖 고생을 맛본 체험에서

우러난 주옥 같은 지언(至言)이라고 적혀 있다.

 

유교와 불교, 도교의 사상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어

동양적인 전통의 가치관과 정신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탈무드’라거나 ‘동양의 명상록’으로 불리며

4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는 배경이다.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 와도 바람이 지나가면

그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을

지나가고 나면 그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君子)는 일이 생기면 비로소 마음이

나타나고 일이 지나고 나면 마음도 따라서 비워진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소유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것. 그들의 귀를 즐겁게 해

주는 것,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면

가리지 않고 자기 것으로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남의 것이기보다는 우리 것으로, 그리고 또 우리 것이기

보다는 내 것이기를 바란다.

나아가서는 내가 가진 것이 유일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기 위하여 소유하고 싶다고

거리낌 없이 말한다. 얼마나 맹목적인 욕구이며 맹목적인

소유인가 보라. 모든 강물이 흘러 마침내는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듯이 사람들은 세월의 강물에 떠밀려 죽음이라는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된다.

 

소유한다는 것은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모든 사물이 어느 한 사람만의 소유가 아니었을 때 그것은

살아 숨쉬며 이 사람 혹은 저 사람과도 대화한다.

 

모든 자연을 보라.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 와도 바람이 가고 나면 그 소리를

남기지 않듯이, 모든 자연은 그렇게 떠나며 보내며 산다.

하찮은 일에 집착하지 말라. 지나간 일들에 가혹한

미련을 두지 말라 그대를 스치고 떠나는 것들을 반기고

그대를 찾아와 잠시 머무는 시간을 환영하라.

그리고 비워 두라. 언제 다시 그대 가슴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채근담에 있는 말이다.

 

몇 개의 예문을 더 옮겨보자 남에게서 받은 은혜는

큰 것이라도 깊지 않으면서 남에 대한 원한은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보복한다.

또한 남의 악은 확실하지 않더라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사람은 늙어서 젊은 사람을 보면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게 된다.

 

 

또한 영화롭고 즐거움을 누리면 남의 영화로움을 보고

세상이 바뀔 때 허무함을 느낀다.

그것이 영리를 위한 다툼이나 추구하는 마음이 없어진다.

 

길고 짧은 것은 생각하기에 달렸고, 넓고 좁은것은

한 치 마음에 달려 있다.

마음이 한가로운 사람은 하루가 영원보다 아늑하고,

뜻이 넓은 사람은 좁은 방도 세상처럼 넓다.

생각은 영원보다 아늑하고 마음은 하늘과 땅보다

너그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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