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함께 나누고 싶었던 일
그대와 함께 나누고 싶었던 일이 참 많은 나였습니다
한번도 마주 앉아 마시지 못 했던 뜨거운 차 한 잔을 마시며
우리의 밝은 미래만큼 푸른 하늘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그대와 나누고 싶었던 얘기가 참 많았습니다
연인이라면 자연스럽게 잡아질 그대 손에 내 손을 포개고
얼마나 그대 손이 따듯한지를 차가운 내 손으로 느끼며
그렇게 잡은 채로 사람들 부쩍대는 거리를 걷고 싶었습니다
어쩜 걷다가 그대 팔짱을 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 그대가 같이 보자던 영화를 거절하고
나중에 비디오로 혼자 보면서 많이도 후회했습니다
훗날 같이 본 영화로 그대 떠올릴 추억조차 나누지 못했기에
보고 싶은 영화가 나올 때마다 그대가 몹시도 생각났습니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크리스마스, 긴 연휴나 휴가
이미 내겐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 한 채 몇 년이 흘렀습니다
길을 가다 문득 발견한 잔액이 남은 공중전화도 그저 지나쳤습니다
그대와 연결될 전화번호도 주소도 오래 전 길을 잃었기에
그러고 보니 가장 일상적인 밥 한번 같이 먹어 보지 못 했네요
내가 좋아하는 길거리 오뎅도, 튀김도, 떡볶이에 라면도
우리 음식을 좋아한다던 그대와 따듯한 된장찌게를 먹고 싶었는데
먹다가 정 든다고 그렇게 먹었더라면 지금 곁에 머물었을지도
옷을 제대로 챙겨 입지 못 한 날 몹시도 세찬 바람을 맞거나
일기예보 믿고 우산을 준비하지 못 한 날 억수로 쏟아진 비에
젖은 채 돌아와 밤새 끙끙 앓을 때는 그대가 많이도 그리웠습니다
혼자 아플 때 그대가 뜨거운 내 이마에 손 올리면 금세 나을 것 같아
그대와 하고 싶었던 일들 한 가지도 못 한 채 시간만 흐릅니다
詩: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