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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처음처럼

귀인 청솔 2012. 12. 7. 18:19

언제나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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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나 무슨 기념식 같은 날 단상에 오르신 높은 분들이 흔히 두고 쓰는 문자가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너무 자주 쓰이다 보니 진부하고 상투적인 말이 되어 으레 그러려니 하며 귀담아 듣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염두에 두고 실천해야 할 좋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시작할 때의 그 마음과 자세를 계속 이어가야 마땅하나 세월에 부대끼고 풍파에 적잖이 흐트러졌으니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슬러 처음에 다짐했던 그 각오와 태도를 되살리자는 호소이니 어느 누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 또는 조직이 어느 일을 처음 시작할 때 그 뜻과 기개 그리고 결심 등은 얼마나 원대하고 아름다운가.
그것이 지금까지 오는 도중에 변색했거나 혹 다른 길로 엇나갔으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본뜻을 되찾자는 감동적인 호소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왜 듣는 사람은 물론 그 말을 하는 사람 자신도 감흥은커녕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혀끝에 그냥 지나치고 마는가.

시작 당시의 틀이 끝에 이를 때까지 아니 영구적으로 변함없이 튼튼하고 올바른 것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출발한지 얼마 안 돼 바뀌거나 아예 폐기되는 일이 너무 허다한 탓이다.
그 첫째 이유는 시작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백년대계니 자손만 대에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니 하는 말은 쉽게 하면서 첫발을 엉성하게 졸속으로 내딛는 일이 부지기수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듯이 그 기본 틀은 정교하고 치밀하며 긴 안목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빨리빨리 적당하게 만들어 우선 시작하고 본다. 그 다음은 뻔하다.

둘째 이유로는 기본 틀을 조직이 아니라 우두머리 또는 부서의 책임자 개인 위주로 운영하는 경향이 강한 우리 풍토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최고 책임자의 운영방침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조직의 기본정신과 방침보다 우두머리의 개인적 취향이 우선시되는 고질이 만연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시작할 때 기본정신과 방침을 정하면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모으거나 다양한 견해를 조화롭게 반영하지 않고, 그나마도 조직보다 개인의 독선과 아집에 따라 운영하여 문제가 발생한 다음에야 부하직원을 비롯한 구성원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면 모두 고개를 돌리기 마련이다.
즉 일이 그릇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가 오히려 매를 들며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남용한 사례가 많아 진부한 상투어로 전락, 듣는 이들을 식상하게 한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말 못지 않게 오염된 상투어로 '초지일관(初志一貫)'을 들 수 있다.
어느 분야에서 남다른 성과를 거두거나 두드러진 활약을 한 사람을 설명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다니는 수사가 바로 이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눈팔지 않고 처음의 뜻을 유지한 결과 오늘의 영광을 거머쥐었다는 투다.

누구든지 겪어 보아서 잘 알겠지만 사실 시작할 때의 결심과 각오를 끝까지 관철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게만 하면 성공이 보장되어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걸 실천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생시절 참고서 첫 장을 넘기면서 처음에 이를 악물고 다졌던 결심을 마지막 쪽까지 끌고 간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공부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을 다 알면서도 안 되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어렵고 힘든 초지일관의 자세를 유지했으니 남다른 결과를 얻었다고 칭찬하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하다.
그러나 이것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아첨용으로 쓰이는 장식품이 된 경우가 많아 일반인들이 그 말이 지닌 깊은 맛을 잃은 지 오래 됐고 그에 대한 신뢰 또한 크게 떨어졌다.
그런 말이 많이 등장할수록 뭔가 수상하고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는 듯한 혐의를 뒤집어쓰는 경향이 없지 않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나 '초지일관'이란 말은 이처럼 스스로 타락한 것이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이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 말 자체의 신선도는 여전하다. 언어대중이나 기업 또는 국가의 지도층 사람들이 오염시키고 덧씌운 더께를 걷어내고 보면 그 광채와 아름다움은 그대로 살아 있다.

따라서 아름답고 훌륭한 말을 타락시킨 그런 이들의 책임은 별개 문제로 치고 우리들 스스로 어떤 계기를 맞이할 때마다 아니 날마다 처음의 결심을 되살리고 각오를 새로이 하며 오직 한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초심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기업이 고객에게 신뢰와 성실로 의무를 이행하고 봉사하는 자세요, 개인의 초지일관은 자신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며 주위와 사회 나아가 국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실천이다.

여기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시작 즉 처음의 정신과 그 실행 방침이다. 그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지속성과 웬만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견고해야 한다. 그리고 이상과 희망의 구현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강물은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노자(老子)가 말했듯이 물은 만물에 혜택을 주면서도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평소에는 고요하고 겸허하며 장애물을 만났을 때 웅덩이 같은 것은 자신을 가득 채운 뒤 나아가고 큰 바위처럼 넘어가기 힘든 것은 에돌아서 간다.
그리고 낮은 곳에서는 완만히, 경사진 곳에서는 빠른 속도로, 낭떠러지를 만나서는 아낌없이 자신을 던지며 흘러간다. 즉 주변 상황이 아무리 바뀌어도 불평 불만을 하지 않고 묵묵히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최종 목적지인 바다로 갈 때까지 그렇게 유장하게 흘러간다.

발원지에서의 물이 바다에서도 다름없고, 그 속성에 변함 없듯이 인간도 이처럼 겸허하게 모든 일을 시작하고 느린 듯하면서도 꾸준히 나아가면 현실의 이득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릴 것이다. 가족을 비롯한 친구, 동료들간의 관계도 처음의 그 신선하고 좋았던 마음과 자세를 잃지 않고 언제나 그때 같이 지속하면 살맛은 저절로 우러나오기 마련이 다. 오해, 배신, 실망 때문에 얼룩지고 훼손된 수많은 인간관계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는 핵심이 바로 이 초심 회복이다.

행복도 거기에 잠복해 있다.


글: 박연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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