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이라는 두글자를 써놓고..

사랑과 우정이라는 두글자를 써놓고..



4B연필로
사랑과 우정이라는 두글자를 
하얀 스케치북  한가득 까맣게 써놓고
밑둥만 남은 몽당연필을 보니
가슴이 시려옵니다.

열정의 갈망보다는 순정으로,
겁탈하는 순정보다는 순수함으로
또 다시 써보아도
당신과 나는 연필과 지우개처럼
진하게 써도 흐리게 보이고
흐리게 써도 진하게 보여
자꾸만 지워야 하기에
풀잎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이슬처럼
위태롭기만 합니다.

시간조차 숨죽이는 숨결로
애태워야 하는
사랑의 마음은 변함 없건만
적막 뚫고 두려움만 짙어지니
심장타고 지나가는 마음의 길은
한번가면 못 온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벌써
뒤돌아 오는 길부터 찾습니다.

사랑..
두뇌속에 생각이 열리고 마음안에서 만들어진 언어
입안가득 사르르 녹아버린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이
빠른 시간속으로 빠져드는 말이지만
때론 흑과 백의 바둑알처럼
내 자신을 견제하고 억제해야 하기에
또 다시 사랑이 아닌 우정이란 꼬리표를
가슴에 붙여놓고 맙니다.


**어울림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