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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부님의 글입니다

귀인 청솔 2012. 11. 10. 14:50

어느 신부님의 글입니다

성당 마당에서 저를 찾은 한 엄마 자매님,
"신부님, 제 아들이 이번에 결혼을 해야 합니다.
언제 면담 날짜를 정할까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결혼을 당신이 합니까? 당사자인 아들을 보내세요.
아들이 결혼 할거면 직접 와서 정해야지" 하지만 속내를 비치지 못하고
그냥 면담 날짜를 그 엄마 자매랑 잡았습니다.

병자성사를 위해서 성체를 모시러 성당 안에 들어가니
제대 앞에서 깔깔거리며 꽃을 손보는 헌화회가 있었습니다.
마음 속으로 "성체를 모시는 동안 서서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하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예수님, 그냥 갑시다" 하며 성체를 감실에서 꺼내게 된다.
내 마음도 모르고 그 자매들은 예수님이 아닌 나한테 인사를 합니다.

한 학생이 그러는데, 그것도 성당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소위 '열심한 신자'인
그 부모가 고3때는 성당에 가지 말라고 했단다.
그런데 그 자매를 성당에서 만나서
"자녀 교육을 그렇게 해서 될 말입니까?" 해야 할텐데 그냥 웃으며 지나친다.

강론을 준비해야 할텐데, 그 때가 아마 미군 장갑차에 깔린 효순이와 미선이가
죽고 2달이 지난 뒤의 일이었을 것이다.
교구에서 불평등한 소파 개정과 학생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조사를 위한
9일 기도를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강론을 이 방향으로 준비할까?" 생각했는데,
"아니지 우리 본당은 특히 말이 많은 본당이잖아.
괜히 이상한 말이 나오면 어쩌지" 하며 그냥 성서의 말씀으로 강론을 했다.

그래서 일까. 우리 본당에서 저는 인기가 좋습니다.
서글서글하다고, 얼굴에 항상 웃음이 있다고, 겸손하다고. 등등 그래서
진짜 신부님다운 신부라고 말합니다.
어떤 수녀님도 제게 보낸 카드에 언제나 웃을 잃지 않는
겸손한 사제가 진정한 사제라며 조언합니다.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입니다.
복음에 채찍을 들고 성전을 정화시키는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입니다.
성전을 정화시키는 예수님이 이제는 제게 채찍을 가할 때입니다.
그리고 비겁하게도 저는 물귀신처럼 우리 신자분들을 끌고 들어갈 것이에요.
"예수님! 우리 신자들도 한번 들어 엎어야 하지 않을까요?"

- 야곱의 우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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