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방아가 돌지 않으면

물레방아가 돌지 않으면
곡식을 찧을 수 없습니다.




- 최영배 신부



물레방아가 돌지 않으면
곡식을 찧을 수 없듯이
너와 나의 역할이 서로 바뀌어 돌지 않으면
사회공동체의 삶 전체가
정체상태에 접어드나이다.


같은 장소에 낮과 밤이 바뀌어 찾아들고
계절에 따라 옷을 입고 벗고 하듯이
모든 인생의 사건과 문제는
너와 내가 번갈아 가며
동시에 맡아지게 되나이다.


진정 부자 삼대 없고 거지 또한 삼대가 없나이다.
또한 오늘의 이웃집의 사건과 문제들이
내일의 자신들 가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나이다.


분명 역할의 바뀜은 생명이며
역할의 정체는 죽음이나이다.

따라서 인생 최고의 가치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획득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거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여
소화해내는 일이나이다.


능력이나 열정보다 소중한 것이
성실이나이다.


하오니 님이시여,
우리 서로의 역할이 모든 생존을 위해
서로 교환되어 바뀌더라도
인간의 생명과 존재의 풍요로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나이다.


언제 어떠한 상황 앞에서도
슬퍼하거나 굴하지 마시고
님의 존재와 생명의 가치를
스스로 존중하면서
정정당당하게 바뀌어가는 현실에
기꺼이 순응하소서.


그렇게 또 이렇게
한세상 살으시다보면
임종 전에 님의 완성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만져지게 될 것이옵니다.


님이시여, 힘을 내소서!



- 들꽃처럼 살으리라,  단상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