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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귀인 청솔 2013. 2. 15. 12:02

달콤한 나의 도시

 

내가 올 한해 어른이 되어서 경험했던 순간들, 느꼈던 감정들이

이런것들이였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였당.

'오은수'의 서른 두살을 보면서 내 서른 두살을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약간 두렵기도 했당.

 

'어리다'라는 말이 반드시 생물학적 연령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말 속에는 섬세하고 복잡한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리다는 것은 얼마든지 꿈을 꿀 수 있다는 뜻히기도 했다. 문제는 그 꿈의 대부분이 몹시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점. 비록 제 딴에는 아주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을지라도 말이다. 그들은 의기양양하게 외칠 것이다. " 왜 안 돼 ? 하면 돼 ! 나는 나니까 ! " 맞다. 그것이 스물 다섯살에 어울리는 세계관이다. 스물 다섯살이므로, 그럴 수 있다 .문제는 내게 있었다. '당연하지, 다 잘 될거야' 라고 마냥 북돋아 줄 수 엇는 건, 내 인생의 시계추를 다시 칠년 전으로 되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달팽이가 자꾸만 동그랗게 몸을 움추리는 것이 달팽이의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

 

아무튼 말들은 잘한다. 각자의 등에 저마다 무거운 소금 가마니 하나씩을 낑낑 거리며 짊어지고 걸어가는 주제에 말이다. 우리는 왜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충고하면서, 자기 인생의 문제 앞에서는 갈피를 못잡고 헤매기만 하는걸까. 객관적 거리 조정이 불가능한 것은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차마 두렵기 떄문인가.

 

맥이 탁 풀렸다. 사랑이 저무는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누군가와 이별할 순간이 도래하면 엉뚱하게도 오래전 운동회 때가 생각난다. 줄다리기 시합, 청군과 백군이 동앗줄 하나를 마주 잡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그 때 불현듯 한 쪽에서 동앗줄을 휙 놔버린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모든것이 덧없다는 듯. 그럼 다른 한쪽은 어떻게 될까. 게임의 승자가 되겠지만 그걸 진짜 이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게임이 끝나버렸는데 누가 승리자이고 패배자인지를 가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이대로 줄을 놓쳐버리기에는, 나는 지금 너무 힘겹다.

 

생각을 쥐어짜느라 안간힘을 쓰는 일도 이젠 정말 지친다.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인간의 이성이란 참으로 무기력할 뿐이지 않겠는가. 나는 아프게 입술을 깨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가야하겠지. 삶을 이대로 멈추게 할 용기는 없으므로.

 

나는 무기력하게 친구들의 언쟁을 듣기만 했다. 나는 그녀들의 어깨를 토닥여줄 수도 있고, 함께 눈물 흘려줄 수도 있었다. 어깨를 흔들며 정신차리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는 까닭은 그녀들의 고독한 의지를 믿기 때문이다. 행동의 근원이 되는 힘, 한 땀 한 땀 외롭게 꿰매어 가는.

하지만 철 없고 개념없고 바보같고 이기적이라며 누군가 그 애들을 손가락질 한다면, 그 손가락을 막아줄 수 밖에 없으리라. 그것이 내가 친구들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뭘 하더라도 상처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겠니 ? "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한 그 말은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우리들은 사랑에 대해 저마다 한 가지씩의 개인적 불문율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문제는 자신의 규칙을 타인에게 적용하려 들 때 발생한다. 자신의 편협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기준을, 타인에게 들이대괴 단죄하는 일이 가능할까. 사랑에 대한 나의 은밀한 윤리감각이 타인의 윤리감각과 충돌할 때, 그것을 굳이 이해시키고 이해받을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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